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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 서울역서 67분간 16번 정차한 열차, 장애인은 한 번도 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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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우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회
621회
작성일
23-01-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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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의 문지기가 된 보안관과 경찰, 장애인 탑승 가로막아

그간 장애인이 참고 살며 국가에 관용 베푼 것, 불관용 대응하겠다

장애인 태우지 않고 떠나는 열차 이게 바로 한국사회 장애인의 현실

 

1023, 24, 29, 32, 37, 43, 44, 50, 55.

112, 5, 8, 13, 20, 27, 32.

1023분부터 1130분까지, 16대의 오이도행 열차가 4호선 서울역 승강장에 정차했다. 그러나 승강장에 있던 열다섯 명의 휠체어 탄 장애인들은 이 열차를 단 한 번도 타지 못했다. 22년 전,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타던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시작됐다. 이후 장애인은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며 이제까지 이 사회가 말한 권리에서 장애인은 배제되었음을 알렸다. 이날 서울역에서의 67분은 지난 22년의 세월처럼 지나갔다. 열차는 텅 비어있었지만 승강장에 서 있는 장애인들은 탑승할 수 없었다. 권리의 문지기처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과 경찰이 열차 출입구를 막아섰다. 같은 시각,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오이도역에 모인 사람들도 경찰과 코레일 직원에 가로막혀 3시간가량 고립됐다.

 

- “그간 장애인이 참고 살며 국가에 관용 베푼 것, 불관용 대응하겠다

전장연은 20일 오전 9,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를 맞아 서울역에서 지하철행동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22년간 법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조차 예산을 통해 보장하지 않는 기획재정부를 강하게 규탄하며, 추경호 기재부 장관에게 면담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휠체어 탄 장애인 활동가 15명과 비장애인 활동가, 시민 등을 포함해 70여 명 남짓 참석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보안관과 경찰이 승강장 빈 곳을 빼곡히 채웠다. 전장연이 기자회견을 하고 지하철 탑승을 요구하며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서울역장은 지속해서 현장에서 퇴거를 명했다. 서울역장은 역사 안에서 고성방가, 연설, 철도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 등은 철도안전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전장연은 즉시 중지하고 퇴거하시기 바란다. 퇴거하지 않으면 부득이하게 열차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앰프 소리는 무척 커서 전장연 측의 소리를 덮어버렸다. 서울교통공사는 역사 내 방송을 통해서도 전장연의 열차 운행 방해 시위가 진행되고 있어 상황에 따라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할 수 있다는 안내를 지속해서 흘려보냈다.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오이도역 참사가 일어난 지 22년이 지났음에도 어떠한 사과도 없는 정부와 서울시의 태도에 참담함을 표했다. 문경희 대표는 우리나라 역사는 참사의 역사라고 할 만큼 너무 끔찍한 참사가 자주 일어난다. 최근에도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그런 참사가 일어나면 안전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진다면서 그런데 장애인은 살인기계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죽고 시설에서 맞아 죽고, 부모에게 살인 당해도 특별법은 고사하고 언론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우리의 죽음은 아무것도 아닌가라고 물었다. 문 대표는 우리가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은 고작 13000억 원이었다. 기재부 장관에게 묻고 싶다. 정말 이 돈이 없어서 우리나라가 망하나? 지금 정말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오세훈 시장이 이제까지 지하철행동을 하는 장애인들에게 관용을 베풀었다며 이제는 무관용 대응을 한다고 한다. 적반하장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지난 22년간 장애인이 대한민국 정부에게 관용을 베풀었다. 이동도 못하고 교육도 못 받고 지역사회에서도 못 사는 데 참고 견디며 살아왔다. 이제는 장애인이 정부에 대해 불관용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교육도 못 받고 노동도 못하며 살아가는 데 왜 가만히 있으라고 하나. 목소리 내니깐 왜 목소리조차 못 내게 하나면서 과연 누구에게 잘못이 있나? 22년을 외쳤는데 바뀌지 않는 이 사회가, 이 정부가 문제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추경호 기재부 장관에게 다시 정식으로 면담 요청하겠다. 면담에 응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만나러 가겠다. 가는 모든 곳을 따라가고, 집에도 다시 찾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오세훈 시장에겐 전장연이 요청한 대로 단독 면담에 응하라면서 그간 지하철을 타다가 죽고 부상당한 장애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엘리베이터 설치 약속을 두 번이나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며 서울시의 책임을 촉구했다.

 

시민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파주 시민이라고 밝힌 정윤상 씨는 전날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있었던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 촉구 행진에 참여한 경험을 나눴다. 정 씨는 맨 처음엔 경찰 선을 따라 행진했으나 이후 선을 조금 넘게 됐다. 이규식 대표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선두가 무너졌고, 그때 전동휠체어 탄 분들이 도로를 빠르게 질주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때(잠시 침묵) 어떤 해방감을 느꼈다면서 저는 사람들이 말하는 일반 시민이다. 어제 그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이동권을 얼마나 강렬히 원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시민으로서 전장연을 정말 지지한다고 말했다.

 

- 장애인 태우지 않고 떠나는 열차 이게 바로 한국사회 장애인의 현실

한 시간가량 기자회견을 한 후, 이들은 1020분경 지하철 탑승을 위해 출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탑승을 가로막아 끝내 승차하지 못했다.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들은 승강장 4-2부터 5-1까지 4개의 열차 출입구를 막아섰으며, 보안관들 사이는 방패를 든 경찰 기동대가 채웠다. 열차가 올 때마다 이학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는 다음에 오는 열차에 꼭 탑승하겠다고 외쳤다. 열차가 승강장에 정차하고 문이 열렸지만, 보안관과 경찰은 출입구에서 비켜서지 않았다. 그들 사이로 한산한 열차 내부가 보였다. 앉아 있는 사람도 몇 없을 만큼 열차엔 여유 공간이 충분했다. 사람들은 출입구를 가로막은 보안관과 경찰을 향해 비켜라” “우리도 지하철 탈 수 있게 해달라” “장애인도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 외쳤다. 장애인을 태우지 않고 떠나는 열차를 바라보며 이학인 활동가는 이게 바로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이 대우받는 현실이다. 어떠한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시민권 열차에 장애인을 반드시 태워라고 외쳤다.

 

오전 1023분부터 1130분까지 67분간 16대의 열차가 정차했지만 이들은 단 한 번도 타지 못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