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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 탈시설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수할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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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우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회
735회
작성일
23-09-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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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수할 권리/ 최한별

기자명 최한별 입력 2023.09.01 15:22

[칼럼] 최한별의 못다 한 이야기

 

지난 818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 가이드라인채택 1주년 기념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탈시설 가이드라인은 전 세계 장애인 당사자, 가족, 지원자들의 의견을 대대적으로 수렴해 만들어져 20228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공식 채택되었습니다. 토론회는 시설에서 지역사회로의 장애인 서비스 변환 시설수용에 대한 구제(배상) 교차성 및 긴급상황과 탈시설 총 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탈시설 의제에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전 세계 장애인들이 얼마나 강력하게 탈시설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행사였습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은 세션2: 시설수용에 대한 구제에 참석하여 당사자의 목소리를 존중하지 못했던 국가와 사회가 탈시설 당사자들에게 사과하고, 장애정도나 유형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탈시설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의장님, 그리고 존경하는 위원님들과 동료 여러분, 저는 한국 장애인단체들의 연합체인 한국장애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한별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고 탈시설 가이드라인에도 잘 담겨 있듯이, 시설수용에 대한 구제는 단순히 금전적인 측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차별적인 이 사회가 장애인들을 시설에 수용함으로써 빼앗아 간 개인의 완전성을 회복하고 사회와 재연결되는 것입니다. 완전성 회복과 사회와의 재연결은 상호 영향을 미치며 서로를 더 강하고 다양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시설수용에 대한 진정한 구제를 이야기할 때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구제의 목적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요소에 대해 누가 가장 잘 알고 있을까요? 바로 시설수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영혼과 인격의 형태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며, 또한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갖기 원하는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직도 탈시설 생존자를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비장애인이 탈시설 생존자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여깁니다. 이는 시설 수용의 확장된 형태일 뿐입니다.

 

탈시설은 부당한 역사를 전복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건물을 폐쇄하고, 사람들을 저기서 여기로 옮겨오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시설수용에 대한 구제를 논의할 때, 모든 과정에서 시설화 요소가 없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 당사자의 자율성과 참여를 보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탈시설 장애인의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실수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종종 실수를 합니다. 솔직히, 많이 하죠. 그러나 장애인의 실수는 너무도 쉽게 시설에서 나가지 말았어야 할 강력한 이유가 되어버립니다. 이것은 정말 노골적인 차별입니다.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이자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 제가 정말 존경하는 분께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립하고 나서(그룹홈에서 나오고 나서) 조금 안 좋은 친구들을 만났어요. 처음에는 무조건 사람을 많이 만나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그 관계들은 나를 힘들게 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봤습니다. 시설에서의 생존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피플퍼스트센터에서 활동하면서 이제는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내가 성장한다는 게 좋습니다. 이 사람들과 만나면서 세상을 하나하나 배우는 것 같아요. ‘인생을 배우는 것 같아요. 시설 안에 있으면 전혀 배울 수 없는 걸 배우는 것 같아요.”

 

탈시설 이후 개인의 완전함을 회복하기 위하여, 수년에서 평생동안 단절되어 왔던 사회와 다시 연결되기 위하여, 무엇보다 이 모든 권리를 박탈한 사회를 용서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당사자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그 누구도 이를 대신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이것은 필요한 지원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이것이 세계인권선언에서 시작되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탈시설 가이드라인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권의 가장 기본적 요소입니다. ‘차별받아도 되는 인간’, ‘갇혀 살아야 하는 인간은 없습니다. 인류는 이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 왔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복잡하고 높은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우리와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인류의 노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심각한 도전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도 이런 현상을 자주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한국의 시설 운영자와 일부 가족들이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은 인권침해이자 사형선고라고 주장합니다. 24년간 시설에 살았던 생존자 송국현은 탈시설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집에서 난 화재로 사망했습니다. 그는 과분한 소원, 아니면 나쁜 선택 때문에 죽은 것일까요?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사회 때문에 죽었습니다. 송국현은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정부는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 실패 때문에, 그는 사회와 다시 연결되고 자신의 고유성을 발전시킬 기회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잃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시설수용 생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설수용의 역사를 끝내고, 생존자들에게 모든 탈시설과 구제 과정에서의 주도권을 주어야 합니다. 이들이 또다시 배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지난주 저는 아시아 지역의 훌륭한 동료 활동가들과 만났습니다. 이 만남을 통해 우리는 장애인의 시설수용 양상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필요성뿐만 아니라, 탈시설 가이드라인이 우리의 활동에 매우 중요한 지침이자 도구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하였습니다. 앞으로 저희는 함께 아시아 지역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존엄을 회복하고, 지역사회에 유의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진행 과정과 성과들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위원회 및 전 세계 동료들께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