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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 전장연 매일 아침 8시, 4호선에서만 투쟁한다… “윤석열이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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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우물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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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회
작성일
23-0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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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매일 아침 8시, 4호선에서만 투쟁한다… “윤석열이 책임져라”

기자명 강혜민·하민지 기자  

입력 2023.01.03 16:26 

수정 2023.01.03 16:27 


새해 첫 투쟁 이틀째, 서울교통공사는 여전히 탑승 거부

손가락 골절에 휠체어 파손까지, 도 넘은 강경 진압

전장연, 윤 대통령 책임 강조하며 4호선에서만 투쟁하기로

“주말, 공휴일 제외하고 매일 오전 8시 지하철 선전전할 것”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023년 한 해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8시에 4호선에서 지하철행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당일 오전 8시에 장소를 공지할 예정이다.


전장연은 3일 오전 10시 30분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장애인권리예산을 반드시 책임져라”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올해 출근길 지하철 투쟁은 대통령실청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삼각지역 중심으로 4호선에서만 진행한다. 4호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에서는 지하철 투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을 규탄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장연의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 1조 3044억 원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국회로 예산안을 넘겼다. 국회 각 상임위에서는 권리예산 요구안 중 절반인 6653억 원을 증액했으나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반대로 절반의 증액조차 좌초됐다. 결국 반영된 예산은 106억 원, 요구안의 0.8%뿐이다.


박 대표는 “추 장관은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나라 망한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했다. 장애인이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조차 말살했다”며 “추 장관과의 면담 날짜가 잡히면 매일 4호선에서 진행할 선전전은 유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쏟아진 언론보도를 규탄했다. 문 대표는 “어제(2일) 여기(삼각지역) 14시간 동안 있었다. 우리가 왜 22년간 투쟁해 왔는지, 왜 삼각지역에 갇혀 있어야 했는지 제대로 보도하라”라며 “우리는 물리적 마찰만 강조하는 원색적 기사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시민과 싸우려는 게 아니고 경찰, 서울교통공사 직원과도 싸우고 싶지 않다. 그냥 시민으로서 보통의 삶을 살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정확히 보도하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끝내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목적지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라면 승차가 불가하다”는 이상한 기준을 제시하며 탑승을 막아섰다. 해당 역에는 휠체어 이용 활동가 4명을 비롯해 전장연 활동가 50여 명이 4시간 넘게 고립되어 있었다. 오전 8시 37분경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하차한 후 이들은 공사와 경찰의 저지로 재탑승을 하지 못한 채 승강장에 갇힌 것이다.


삼각지역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병원에 갈 일이 있어 귀가하겠다는 장애인에게도 철도안전법상 탑승이 불가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문 대표는 울분을 토하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이렇게 지하철을 탑승조차 못 하게 하다니 이게 공권력이 할 일인가? 나를 태워라! 장애인을 태워라!”라고 외쳤다.


같은 시각,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상황도 비슷했다. 김재복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 부장은 “철도안전법에서는 승강장에서 소란을 피우고 연설하고 광고물을 부착하고 철도 종사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퇴거를 명하고, 퇴거에 불응하면 탑승을 금지한다”면서 “이를 위반하는 전장연은 당장 퇴거해달라”고 지속해서 방송했다.


현장에서는 공사 직원들이 고의로 활동가들을 도발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승강장에 고립되어 있는 동안 전장연 활동가들은 벽에 장애인권리예산을 알리는 선전물을 부착하려 했으나 공사 직원들에 의해 곧바로 저지당했다. 공사 직원들은 활동가들이 붙인 선전물을 곧바로 떼서 바닥에 던져 버리거나, 활동가가 벽에 붙이기도 전에 낚아채서 빼앗았다. 한 공사 직원은 의자가 없어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발로 툭툭 치며 “앉아있지 마라”고 고압적으로 말했다. 또한 경찰은 활동가들에게 “말은 사람이랑 하는 거지”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역사에 고립된 지 2시간 30분이 넘어가던 11시경, 공사와 경찰 측은 전장연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을 ‘허가’했으나 전장연 측은 공사와 경찰의 사과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고 밝혔다. 연착 없이 탑승했는데도 탑승 자체를 막아서고, ‘전장연의 불법 시위 때문에 지하철이 연착되고 있다’고 거짓 안내 방송을 한 것에 대해 공사의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공사는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대추 활동가는 ‘서울중앙지법의 강제조정안을 수용해 5분 이내 승차하겠다’고 거듭 밝혔음에도 전날에 이어 이날도 탑승 자체를 막아선 공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은 전장연이 지하철을 5분 연착할 때마다 500만 원을 부과하겠다는 조정안을 제시했고 전장연은 이를 수용했다. 그 계산법에 따르면 장애인 권리가 지켜지지 않았던 지난 21년 동안 서울시와 공사는 11조가 넘는 돈을 이동권을 침해당한 장애인에게 배상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어제 삼각지역에서 경찰과 공사가 막아서서 14시간 넘게 아무도 지하철을 타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해외여행을 가고 박사학위를 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냥 교육받고 이동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게 잘못된 것인가. 21년을 방치했으면 지하철이라도 타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휠체어를 탄 동지들과 같이 이동하고 싶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울부짖었다.


오후 1시 35분경, 서울역과 삼각지역에 있던 장애인 활동가들은 전날부터 이어진 ‘1박2일 지하철행동’ 해산 기자회견에 참여하기 위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하차하려는 순간, 공사 직원들이 갑자기 그를 열차 안으로 강제로 끌어당긴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활동가들이 저항했지만, 이 대표는 영문도 모른 채 강제로 지하철에 다시 태워져 다른 역사를 경유해 2시경에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올 수 있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하차하려고 하자, 갑자기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들이 그의 하차를 저지했다. 공사 직원들이 이 대표의 휠체어를 뒤에서 끌어당기고 있다. 사진 강혜민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하차하려고 하자, 갑자기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들이 그의 하차를 저지했다. 


그렇게 오후 2시, 전장연 소속 활동가 80여 명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활동가 대부분은 전날 삼각지역에서 14시간의 고립, 그리고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벌어진 공사와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기진맥진해 있었다. 전날 삼각지역에서 한 활동가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119에 실려 갔으며, 또 다른 이는 손가락뼈가 깨졌다. 또한, 1박 2일간 다수의 장애인 활동가들의 휠체어가 파손됐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하차 후 재승차를 막아선 공사를 향해 “장애인은 승하차도 공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라면서 다시 한번 공사에 사과를 요구했다. 이 회장은 “김재복 부장이 ‘지하철에서 장애인이 장기간 시위하는 것은 전 세계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이야길 했는데 적반하장이다. 외국에선 장애인이 버스와 도로를 점거하며 투쟁했을 때 국가가 이렇게 오랫동안 무책임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우리가 문제인가, 국가가 문제인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한다. 언제까지 무정차하며 장애인을 짓밟을 것인가”라며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이날 2시 30분경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기자회견을 끝으로 해산했다. 이들은 다음날인 4일 오전 8시,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를 위한 지하철 선전전 255일 차’를 진행한다. 정확한 장소는 당일 오전 8시에 전장연 SNS를 통해 공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