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장애를 활용한 클리셰 신중히 사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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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3-01-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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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활용한 클리셰 신중히 사용해야
기자명칼럼니스트 임상욱
입력 2023.01.30. 16:21
클리셰는 진부한 표현이나 고정관념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19세기 말부터 별 생각 없이 의례적으로 쓰이는 문구나 기법, 편견이나 전형(典型) 등 다양한 의미로 클리셰는 익숙한 내용으로 친근감을 조성하기도 하지만, 클리셰가 남발될 경우 해당 작품을 진부하고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최근 들어 장애를 클리셰로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 간의 연결을 시켜준다거나 작품 내에서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장애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장애를 이용한 클리셰는 장애인을 작품에 등장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장애인식 개선의 효과를 얻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는 경우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하나의 예로 최근 tvN에서 반영되고 있는 주말드라마 일타스캔들을 들 수 있다. 흔히 강남에 잘나가는 스타강사인 최치열(정경호 분)과 동네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딸과 남동생을 돌보며 살고 잇는 남행선(전도연 분)의 서로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인데 이 작품은 이 둘의 관계를 연결해주기 위해 장애를 클리셰로 활용하고 있다. 일단 남행선의 남동생 남재우(오의식 분)는 아스퍼거증후군이 고 있다. 본 작품 2화에서 평소 호랑이 그림에 관심이 많은 남재우가 호랑이 그림이 있는 재킷을 입은 최치열의 사진을 무단으로 찍게 되는데 이를 자신의 스토커로 오해한 최치열이 남재우의 핸드폰을 무력으로 뺏으면서 남행선과의 첫만남이 시작된다. 사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나왔지만, 아스퍼거증후군 장애 특징 중 하나가 어느 특정한 사물이나 현상에 고도의 관심을 두고 집착을 한다는 것인데 우영우가 고래였다면 남재우는 호랑이로 볼 수 있다.
사실 여기까지는 아스퍼거증후군의 대표적인 특성을 활용한 것이라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으나 이러한 클리셰를 5화에서 한 번 더 사용된다. 남재우는 아침마다 특정한 카페에서 특정 여종업원이 구워주는 와플과 아메리카노를 먹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 남재우가 특정한 카페에서 특정한 종업원이 구워주는 와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종업원이 와플을 바싹하게 잘 굽는다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은 자신의 스토커로 오해한 여종업원은 근무시간을 변경하였지만 변경된 근무시간에 찾아온 남재우를 자신의 스토커로 오해하고 다른 남자종업원과 급기야 싸움이 벌어져 결국 경찰서까지 가게 되는 상황이 그려졌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남행선은 종업원들에게 사죄하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등 다소 굴욕적이고 비굴한 모습을 보이며 합의를 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러한 모습을 멀리서 최치열이 보고 남행선에 대한 감정이 변화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주인공들과의 감정 시작을 위한 클리셰 치고는 너무 장애를 왜곡시켰으며,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사실 엄밀히 따져본다면 남재우가 한 행동은 그저 그 카페에서 파는 와플을 좋아할 뿐 여종업원에게 치근대는 등 스토커다운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작품에서 주인공들과의 감정교감을 위해 무리한 설정이었다. 이 장면을 시청한 수많은 아스퍼거증후군을 비롯한 지적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은 비현실적인 클리셰에 불편함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영화와 드라마와 같은 작품들은 작품의 전개를 위해 약간의 클리셰를 활용하는 것을 보편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장애를 활용한 클리셰의 경우에는 보다 좀 더 신중하고 개연성이 있는 전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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