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예산문제 쏙 빠진 윤석열표 장애인 이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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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우물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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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3-02-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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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문제 쏙 빠진 윤석열표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 이동편의증진 특위, 6개월 활동 종료
활동 결과 발표했으나 예산문제 빠져
공익광고 제작, 데이터 관리 등 근본적 문제 해결 비껴가
이동권연대 “이동권 보장 위한 예산편성부터 해야”
지난해 9월 26일,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가 장애인 이동편의증진 특별위원회(아래 특위)를 출범했다. 특위는 장애인 당사자, 사회복지 전문가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특위는 출범 당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역 내, 지역 간 교통망의 연계뿐만 아니라, 지역 간 이동편의 격차 완화, 맞춤형 정보 제공 등 끊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겠다”며 “물리적인 인프라를 확충하고 우리 사회의 장애 친화적인 문화 확산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위 구성원은 사전 준비 기간을 포함해 6개월간 활동했다. 매주 화요일 저녁에 모여 세 시간씩 회의를 했다고 한다. 활동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2시, 특위는 서울시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장애친화적 이동편의 인식 확산’을 위한 제안을 하고 이에 대해 토론했다. 이날 특위는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에 △이동권 인식개선을 위한 공익광고 제작 및 체험교육 실시 △이동편의 및 접근성 데이터를 국가 중요 공공데이터로 관리 △자가용 등 개별이동수단 지원 등 크게 세 가지를 제안했다.
그러나 특위의 제안이 과연 지하철 시위로 불거진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풀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인지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이런 진단이 지난 22년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해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정부 간의 온도 차이를 선명히 드러내며, 전장연이 왜 지하철 시위를 1년여간 지속해 올 수밖에 없는지를 반증한다. 실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어떤 정치인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반대하지 않는다. 법에도 장애인 이동은 ‘권리’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매번 밀렸다”며 이 문제는 ‘예산 문제’라고 말해 왔다. 토론회 내용을 전해 들은 임경미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이사 또한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예산부터 반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시민 장애인식이 부족해서 이 지경? ‘인식개선’만 반복하는 특위
첫 번째 제안설명 발표에 나선 공마리아 특위 위원(대구대학교 재활심리학과 교수)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점자블럭의 중요성, 장애인 지하철 시위의 의미,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권을 침해하는 턱과 계단의 문제점 등을 ‘일반’ 시민에게 알리며 전반적인 인식개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 위원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태도는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저해하는 심각한 사회적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이뤄진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익광고 제작과 온라인 교육이 아닌 체험교육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한지아 위원(세계보건기구 본부 건강노화 컨소시엄 전문위원)은 “작년에 지하철 시위가 화두가 됐다. 그때부터 모두가 당연히 누려야 할 이동의 자유를 장애인은 누리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그런데 시위가 장기화하고 시위방식에 대한 논란이 생기자 이동권이 불편한 사례로 회자됐다. 모두를 위한 자유가 부정적으로 비쳐 안타까웠다”며 “모두를 위한 이동의 자유가 어떤 사안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정부의 노력으로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찬우 위원(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도 “교육이란 건 3대에 걸쳐 시행돼야 디엔에이(DNA)가 바뀐다. 인식 개선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3대에 걸쳐 전 국민을 향해 진행되면 누구도 이동권에서 배제되지 않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연 장애인 이동권이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인해 개선되지 않는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각종 설문조사를 통해 증명되듯,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임경미 이사는 “인식개선은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이후 22년째 하고 있다. 지금도 장애인들이 매일 아침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하며 인식개선을 하고 있지 않나”라며 “이 목소리를 정부가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이 지하철 타고, 저상버스 타고, 고속버스 타고 지역사회에 많이 등장하는 것, 그래서 시민이 일상에서 장애인을 많이 보는 것, 결과적으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인식개선”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장애인은 출근길에 지하철도 못 타고 학교에도 못 가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 특위 “이동권‧접근권 데이터 국가가 관리해야” 그러나 ‘노 장애인존’ 대책은 없어
두 번째 제안설명은 홍윤희 위원(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이 발표했다. 홍 위원은 장애인 접근권과 이동권이 이미 법으로 보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등에서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동하고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시행령에서 장애인의 권리는 제한당한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따르면, 2022년부터 신축·개축·증축되는 건물 중 바닥 면적이 50㎡(약 15평) 이상인 곳만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있다. 즉, 2022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 50㎡ 미만인 건물은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홍 위원은 “사실상 거의 모든 건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결국 장애인화장실조차 찾을 수 없는 도시는 유지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배융호 한국환경건축연구원 UD복지연구실 이사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도 바닥면적, 건축연도 기준을 없애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지만 여전히 존재한다”라며 “기준을 없앨 수 없다면 장애인이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현재 배리어프리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편의시설을 잘 갖춘 건물이나 시설을 공적기관이 인증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에도 한계가 있다. 홍 위원은 “인증 의무대상이 공공시설과 일부 민간시설로 한정돼 있다. 또한 배리어프리 인증 시 유지·보수에 대한 법과 제도는 미비해서, 배리어프리를 인증받은 건물이어도 실제로는 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홍 위원은 교통수단 이동편의시설 정보, 건축물 배리어프리 인증 정보, 특별교통수단 운행정보 등 장애인의 이동권·접근권 관련 정보를 공공이 통합해 관리하고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위원은 “공공 데이터(정보)의 생성주체와 관리주체가 정부부처, 민간단체별로 분산돼 있다”며 “정부가 이동편의 및 접근성 데이터를 ‘국가 중요 공공 데이터’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데이터 정책 콘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상희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사무관은 “올해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니 장애인에게 안내하도록 하겠다. 이 정보가 공공 데이터로 활용되는 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최정민 국토부 생활교통복지과 과장은 “한 부처가 정보를 모아 제공하긴 어렵다. 개방이 필요한 공공 데이터를 요청해 주시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데이터 수집 후,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시설물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울지는 논의되지 않았다.
- 특위 “대중교통에만 지원 치우쳐져 있어, 차 있는 장애인 지원해야”
세 번째 제안설명자로 나선 최보윤 위원(법무법인 대륜 변호사)은 “장애인 이동권 논의가 더디게 느껴지는 건 대중교통에만 치우쳐져 있기 때문”이라며 “자가용 같은 개별이동수단 지원이 이동편의증진계획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노동자인 장애인만 자가용 개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자가용을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차로 개조하려면 수천만 원이 소요되며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최 위원은 “장애인의 이동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당사자 욕구에 따른 다양하고 유연한 공적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장애인은 차량을 구매해 사회참여가 확대되고, 기업은 기술개발이 활성화되어 시장이 형성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종배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는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사지마비에 손을 못 쓰지만 자차를 이용한다. 미국 직업재활국에서 운전면허를 땄는데, 미국에서 훈련받는 것까지 다 지원해 줬다. 운전면허를 딴 게 박사학위 딴 것만큼 기뻤다. 현재 2018년형 카니발을 타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국토부에서 저상버스 보급,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는 열심히 하는데 개인 승용차 보급에 대해선 너무 지원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특위의 제안은 소수의 장애인에게만 유리할 뿐 보편적인 이동권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임경미 이사는 “자가용 개조 지원을 노동자로 제한한 건 문제이긴 하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라면서 “장애인 대부분이 노동할 수 없어 심각한 저소득에 처해 있다. 정부가 지원해 주더라도 자차를 구매할 수 있는 장애인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자동차를 구매할 여력이 있고 운전할 수 있는 경증장애인에 한정된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임 이사는 “집안과 장애인거주시설에 갇힌 장애인이 자가용이 없어서 지역사회에 못 나온 게 아니다. 더 근본적인 차별 철폐가 필요하다. ‘장애인의 이동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예산의 우선순위를 대중교통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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