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휠체어 타고도 제주 단체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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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우물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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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3-01-3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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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도 제주 단체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기자명칼럼니스트 박혜정
입력 2023.01.30. 13:14
지난 칼럼에서 제주도에 직장 단체 워크샵을 가게 된 이야기를 썼다. 단체여행이다 보니 관광버스 이동도 힘들고 휠체어를 타고 단체 일정도 힘들 것 같아 고민했지만, 용기 내어 가기로 했다고 말이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결국 잘 다녀왔고 용기내어 가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노조 지부장님께서 정말 세심하게 많이 신경을 써주셔서, 조직부장님 두 분이 나와 함께 제주도 장애인 콜택시를 함께 타고 다녔다. 든든한 두 분 덕분에 정말 힘들지 않고 편안한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여행의 첫날,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길을 가는 일정에서는 도저히 휠체어가 가기 힘든 돌길이라 일행들이 다 걷고 나오는 곳으로 가서 기다렸다. 나와 같이 다녀준 두 분은 나 때문에 둘레길도 못 가셔서 미안했는데, 예의상 하는 말씀인지 '저희 걷는거 무지 싫어해요~'라고 하셨다. 배려심 찐인 두 분^^ 아르떼뮤지엄에서는 이리저리 보며 사진, 동영상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직원 분들이 저기 위에 토끼 앞에서 사진을 찍게 해주겠다고 휠체어 채로 번쩍 들어서 올려주셨다.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올려주셔서 함께 사진 찍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저녁 식사 장소에서는 남자 선생님들과 술도 꽤 많이 먹었다. 지부장님 이하 남자 쌤들도 코로나 상황 때문에 오랜만에 가지는 동료들과의 자리에 다들 기분이 아주 좋으셨다. 더구나 근무한지 13년동안 나는 처음으로 직장 동료들과 가지는 술자리에 너무 재밌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 날은 피톤치드 가득한 사려니숲길도 가서 힐링을 했고, 성읍민속마을, 함덕 서우봉 해수욕장도 가서 제주도의 자연을 느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불편하고 폐가 될까봐 망설였던 여행이었지만, 용기 내어 따라갔기에 이렇게 멋진 제주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힘든 부분도 많았고, 속상한 일도 좀 있었다. 우선 제주도 장애인 콜택시 대기 시간을 예측할 수 없으니 1시간을 기다려도 배차가 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었다. 대략난감했지만, 결국 4~5번은 같이 다녀준 남자 쌤한테 업혀서 관광버스를 탔다. 그 분께 좀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돌아오는 날, 휠체어 바이크 배터리를 우체국에서 집으로 보내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으나 돌아오는 날이 토요일인 걸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체국 택배가 안되서 남자 쌤이 몇 군데의 편의점을 돌아 봤다. 그러나 편의점 택배로 배터리는 보낼 수 없다고 했다. 결국 함께 머리를 싸맨 끝에 가이드 분이 아시는 퀵서비스 사장님께 부탁을 했다. 내가 포장한 배터리는 호텔 로비에 가이드 분이 맡겨 주시고, 월요일에 퀵서비스 사장님이 근처 우체국에서 우리집으로 보내주신다고 했다. 아~~~ 전동 바이크 배터리가 비행기에 쉽게 실려서 수동 휠체어 장애인이 정말 편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음... 내가 솔직히 속상했던 일이 두가지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비행기에 탈 때, 앞쪽 몇 줄은 유료 좌석이지만 항공사에서 대부분 배려를 해줘서 자리가 비어있으면 무료로 배정해 준다. 그래서 나는 갈 때는 3열, 올 때는 2열에 앉아 왔다. 그리고 우리 직원 중 한 명을 내 옆 자리에 일부러 배정해줬다. 옆 자리에 갈 때, 올 때 앉으신 분은 OO과 팀장님이시고, 직원 노조의 부지부장인 여자 선생님이셨다. 그런데 탈 때는 나와 전혀 상관없이 느즈막히 타셨고, 내릴 때도 비행기가 도착하자 마자 벌떡 일어나서 제일 먼저 쌩~하고 가버리셨다. 나를 좀 도와 줄 법도 한데 말이다. 물론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고, 도움을 무조건 줘야 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저 뒤에 앉았고, 본인만 앞쪽의 유료 좌석, 특히 내 옆에 오며 가며 앉았으면 말이라도 도와줄 게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가지 일은 기분이 너무 상하고 속상했었다. 지부장님께서 총 인원이 짝수여서 숙소에 2인이 한 방을 쓰게 되었다고 하셨다. 나와 같이 방을 쓰게 된 선생님 역시 OO과의 팀장님으로 얼굴과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그런데 숙소에 함께 올라가자 마자 그 선생님은 친한 사람이 있는 다른 방에 가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게 '괜찮겠어요?' 라고 묻는데, 안 괜찮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괜찮다고 하니 바로 가버리셨다. 뭐~ 혼자 자니 편하긴 했지만, 화장실이 좁고 턱이 있어서 혼자서 좀 고생을 하긴 했다. 쩝~ 사실 기분이 참 안 좋았다. 글을 쓰면서 속상했던 일은 날려버리고, 직원 단체워크샵에 어쨌든 참여해서 좋았던 기억만 담으려고 한다.
1박2일 내내 나와 같이 다녀준 남자 쌤 두 분과 따뜻한 말을 건네주었던 선생님들만 기억하고 싶다. 날씨가 다했던 맑은 가을 날, 휠체어를 타고 한라산 둘레길 언저리를 누비며 행복했던 시간, 드넓고 푸르른 제주의 하늘과 바다를 보며 내 마음이 정화되었던 시간, 아르떼 뮤지엄의 토끼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감사했던 시간, 사려니숲길의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힐링했던 시간만을 마음에 담았다. 언제나 여행은 옳다! 멋진 자연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많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얼른 여행을 떠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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