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용자에게 성추행, 장애인활동지원사 첫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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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3-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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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에게 성추행, 장애인활동지원사 첫 산재 인정
15개월간 고통, 부당해고까지‥“힘든 과정 속 위로됐다”
여전히 성폭력 ‘쉬쉬’, 정부 향해 “안전한 일터 만들어야”
기자명 이슬기 기자
입력 2023.03.08. 15:19
남성 장애인이용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활동지원사가 첫 산재를 인정받았다. 사건 이후 15개월간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피해자 A씨는 “너무나도 힘든 과정 속에서 산재승인은 위로가 됐다. 활동지원사들에게 용기를 주는 결정인 것 같아 무엇보다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이하 지원사노조)은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소식을 알리며 정부를 향해 “여성노동자가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일터를 책임져라”고 외쳤다.
지원사노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장애인이용자 B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아오다가 다음 해인 2022년 지원사노조의 도움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냈다. 이후 공단 측은 올 초 ▲경찰 조사 및 법원 판결 결과 신청인이 업무 수행 중에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확인된 점 ▲이로 인해 업무상 스트레스가 발생해 신청 상병을 유발시켰다고 봄이 타당한 점 등을 고려해 ‘외상후 스트레스’를 인정, 요양급여 승인 결정을 내렸다. B씨는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구속 상태다. 그러나 모든 것을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지원사노조 측은 공단의 결정은 환영하지만, 산재신청 후 판정까지 7개월이나 소요됐고,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로웠다고 개선점을 밝혔다.
그동안 심신이 피폐해진 A씨가 공단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광역시도를 넘나들어야 했고, 기관 측은 피해자 구제를 외면한 채 노동청에 유급 병가 등을 진정하자 계약종료 상태라며 부당해고까지 했다고. 지원사노조는 “사용자는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것을 비난하고, 피해자 앞에서 가해자가 바우처를 찍지 못해서 수익이 줄어들게 될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면서 “가해자와 삼자대면을 요구하고 일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대기 중인 이용자가 남자밖에 없다는 말로 조롱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지르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17년간 활동지원사로 일해온 신경숙(56세, 여) 씨 또한 오래전 첫 남성 장애인 이용자로부터 수치스러운 성희롱을 당했지만, 가슴에 묻어야만 했다. 신 씨는 “그분이 첫날 주의사항을 이야기해주면서 ‘목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후 목욕탕에 들어가서 상상하지도 못한 말을 들어야 했다”면서 “당시 너무 놀랐고 두렵고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 자리에서 정말 바들바들 떨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해자의 집을 나와 활동지원기관에 가서 ‘못하겠다’고 했지만, 담당자는 ‘다른 사람을 매칭해주겠다’면서 ‘그분은 기관 이용을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가해자는 기관 이용을 하고 있었으며, 신 씨는 트라우마로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기도 했다. 신 씨는 “그때는 어려서 신고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말만 믿었는데, 너무 속상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고 피력했다.
이에 지원사노조는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일터를 만들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가 직접 사회서비스를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원사노조는 성폭력 사건을 접수하는 전담인력 매뉴얼 마련 등의 조치를 요구했지만, 복지부 지침에 반영되지 못했다. 지원사노조 김영이 위원장은 "활동지원사들은 성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어디에 이야기할 수 없다. 기관에 이야기하면 참으라 하고 쉬쉬하면서 희생만을 강요한다. 나만 이상한 취급하고 서둘러 퇴사시키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성폭력은 민감한 문제지만, 여전히 활동지원사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용자 교육이 좀 더 꼼꼼하고 촘촘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부는 더이상 나 몰라라 하지 말고,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여성네트워크 정지영 교육지원센터장도 "활동지원사 85%가 여성이고, 업무 특성상 이용자의 집이나 개인공간에서 밀접하게 접촉할 수 밖에 없어 성희롱 대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더이상 유사한 피해가 없도록 중개기관에 성희롱 예방교육, 더 나아가 기관장과 담당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이용자 교육도 꼭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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