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IL센터 ‘시설’ 포함… 번지수 틀린 법안소위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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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5-1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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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센터 ‘시설’ 포함… 번지수 틀린 법안소위 통과
기자명 복건우 기자
입력 2023.04.27. 17:43
이종성 의원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법안소위 통과
예산 지원 근거로 IL센터 ‘장애인복지시설’ 포함
한자협 “자생력 못 키우고 정부 재정 통제 우려”
‘법적 지위 강화’와 ‘탈시설’ 양날개 같이 가야
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IL센터)를 ‘장애인복지시설’에 추가하는 내용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소위를 통과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통과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자협은 “탈시설·자립생활 관련 예산과 운영을 담당하는 IL센터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개정안 반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자립생활 본질 훼손”
IL(Independent Living)센터는 이동권, 노동권, 탈시설 등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과거 장애인복지관과 같은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장애인은 복지서비스의 수혜자로 여겨졌다. 반면 IL센터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동료상담가)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다른 장애인을 만나 자신의 권익을 옹호하는 방법을 배우며 다양하게 활동한다. 장애인이 서비스 대상이 아닌 권리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며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렇듯 시혜와 동정이 아닌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복지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는 전국 각지에서 장애인 권리를 책임지는 300여 개의 IL센터가 있었다. IL센터는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54조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조항 제3항은 ‘국가와 지자체는 예산 범위 안에서 운영비 또는 사업비 일부를 센터에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그럼에도 IL센터 예산은 2005년 최초로 보건복지부 지원이 이뤄진 이후 18년 동안 사실상 동결됐다. 백인혁 한자협 정책국장은 “이미 법에 센터의 법적 지위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국가가 지원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장애계 일각에선 ‘IL센터를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시키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다 지난 1월 6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기서 IL센터가 ‘장애인자립생활지원시설’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복지시설 대상에 포함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장애인복지시설에는 장애인거주시설, 지역사회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의료재활시설 등이 포함돼 있다. 기존 법 안에 독립된 조항으로 존재하던 IL센터가 개정안에서는 장애인거주시설과 같은 조항으로 묶이는 것이다. IL센터의 법적 지위의 변경은 현장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IL센터가 장애인복지시설의 한 종류로 편입돼 관련 인력·설비 기준을 적용받을 경우, 장애인 주도로 운영되는 IL센터의 존립 목적 자체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행 규정에서 IL센터 소장은 장애인 당사자여야 하고, 장애인·사회복지 실무 및 활동 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한다. ‘전문가성을 증명할’ 별도의 자격증이나 학위는 필요하지 않다. IL센터 특성을 반영한 인력 채용 기준이다. 반면 장애인복지시설 운영자에게는 전문가성을 증명할 학위와 자격증이 요구된다. 앞선 개정안에 대해 박현 한자협 조직실장은 “IL센터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며 “국가의 탈시설 의지가 부족한 가운데 예산 지원에서 받는 차별을 해소하고자 장애인복지시설이 되겠다는 것은 IL센터의 역사성과 사회 변혁 주체라는 위상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 투쟁과 함께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이 시작되면서 IL센터가 만들어졌다. 한자협은 “IL센터 제1원칙은 중증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운영과 활동”이라며 “탈시설·자립생활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 없이 장애인복지시설 진입만으로는 IL센터의 당사자 중심 구조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송지연 피플퍼스트성북센터 소장은 “IL센터가 장애인복지시설 안으로 들어가면 지금처럼 우리의 이야기와 권리를 당당하게 외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가 센터이고 인권이고 활동의 주체다. IL센터의 운동적 흐름과 본질을 훼손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탈시설 흐름에 반하는 쪽으로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9일 발표한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년)에서 ‘IL센터’라는 용어를 삭제했다. 제4·5차 계획에 포함됐던 ‘IL센터 육성·강화’ 역시 이번 계획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백인혁 한자협 정책국장은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탈시설’ 용어를 삭제하고 오히려 장애인거주시설 기능을 개편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는 IL센터를 장애인복지시설에 추가하지 않고도 그 위상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회 복지위 검토보고서, 복지부 “취지 공감한다”
IL센터가 장애인복지시설로 편입되면 IL센터의 역할을 규정한 장애인복지법 제54조가 전면 수정되거나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월 국회 복지위에 제출된 검토보고서(최선영 전문위원)를 보면 “개정안이 현재 운영되고 있는 IL센터를 모두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되도록 하려는 취지라면, ‘IL센터’의 근거 규정인 현행법 제54조와 ‘장애인자립생활지원시설’을 장애인복지시설의 유형으로 규정하려는 개정안 조항의 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복지부는 개정안에 부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법안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장애인복지시설로서 별도의 인적, 물적 기준을 하위법령을 통해 마련하고 반대 단체 설득을 위한 시간을 고려해 개정안 공포 후 1년 6개월 뒤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히고 있다. 복지부가 언급한 ‘반대 단체’는 한자협을 가리킨다. 한자협은 “IL센터의 운영 철학과 방식이 장애인복지시설과 매우 선명한 차이를 보이므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복지시설로 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IL센터는 장애인복지와 구분된 체계로 강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아래 한자연)는 개정안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단, 한자연은 “탈시설 및 개인별 자립생활지원을 센터의 기본사업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 ‘자립생활’과 ‘법적 지위 강화’ 함께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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