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저상버스 예산 깎는 정부…장애인 이동권 확대 ‘지연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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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9-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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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상버스 예산 깎는 정부…장애인 이동권 확대 ‘지연 운행’
등록 2023-09-07 04:00
안태호 기자 사진
‘집행률 부진’ 이유로 예산 11% 줄여
전장연 “버스회사에 고상버스 구입 빌미”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위한 내년도 저상버스 도입 예산을 정부가 11%가량 삭감했다. ‘저상버스 공급 부족’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 장애인 단체들은 “정부가 시장 상황에만 기대는 탓에 저상버스 도입 확대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6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안 2024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저상버스 도입 보조금 예산은 1675억원(3800대분)으로, 올해 예산(1895억원·4299대분) 대비 220억원(11.6%)이 줄었다. 정부가 내세운 이유는 공급 부족에 따른 집행률 부진이다. 2022년 예산(986억원·2248대분)의 집행률은 77%에 그쳤다. 올해 7월께야 2022년 예산을 모두 집행했다. 하반기에 와서야 올해 편성한 예산 투입이 시작된 것이다. 정부가 내세운 근거는 버스업체 폐업(자일대우버스)과 생산중단(에디슨모터스)에 따른 공급 부족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급 능력에 한계가 있어 집행률이 부진했다. 국내외 공급 여력을 고려해 2024년 예산을 합리화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파악한 내년도 공급 가능한 저상버스 대수는 총 3800대다. 현대자동차 3천대, 우진산전 400대, 중국산 수입차 400대를 더한 숫자다.
문제는 올해 남은 예산이 이월되면서 내년에도 집행률이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올해 예산의 절반(약 2천대분)만 이월돼도 정부가 예측한 내년 공급 가능량(3800대)의 절반을 잡아먹는다. 1800대분의 예산이 다시 2025년도로 이월되는 셈이다. 이재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앞으로 2025년 예산안을 짤 때도 집행 부진을 이유로 예산을 또 감액하면서 저상버스 도입 속도가 당초 계획 대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 버스회사들은 올 초부터 9년 이상 된 노후 시내·마을버스 등을 교체할 때 저상버스를 의무 도입해야 한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는 도로 사정 등을 고려해 저상버스 예외노선을 지정할 수 있는데, 공급 문제에 직면할 경우 예외노선을 새로 지정하는 우회로를 통해 고상버스(기존 계단식 버스)를 대신 도입한다는 게 장애인 단체의 주장이다. 이 국장은 “지자체가 저상버스 대신 고상버스를 도입하면 9년을 더 기다려야 저상버스로 바꿀 수 있어 도입 확대가 더 느려지게 된다”며 “정부가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위해 시장에만 맡기지 말고 정책을 활용해 공급량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와 내년 지자체 저상버스 수요는 약 9천~1만대로 알려졌다.
국내 버스업체들이 현대차 등 국내산 버스를 선호하는 점도 공급 부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산
저상버스를 구매하면 수리 및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수도권 시내버스회사 임원 ㄱ씨는 “버스회사들이 주로 현대차 저상버스를 구매하려다 보니 수요를 다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표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 산 저상버스 수입 대수는 2020∼2022년까지 매년 100대를 넘지 않았다. 비야디 상용차를 수입하는 지에스(GS)글로벌 관계자는 “주문량이 적어서 수입 대수가 적은 것이다. 예를 들어 연간 2천대 주문이 들어오면 모두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스업체는 정부가 중국산 저상버스를 구매할 때 수리·부품 공급 등의 보증을 서주면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내 버스 산업을 보호하려는 산업정책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버스회사 임원 ㄱ씨는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보증해준다면 (중국 저상버스)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