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마당

큰우물장애인자립생활센터

복지뉴스

  1. 정보마당
  2. 복지뉴스

경찰에 연행됐던 발달장애인들, 국회 앞에서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 철회”

페이지 정보

작성자
큰우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회
797회
작성일
23-09-21 09:27

본문

 

 

 

경찰에 연행됐던 발달장애인들, 국회 앞에서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 철회

기자명 강혜민 기자

입력 2023.09.20 18:43 댓글 0

내년도 동료지원가 예산 전액 삭감, 해고 위기 처한 장애인 187

장애인고용공단 기습 점거로 전원 연행

폭우 속 국회 앞 집결 소중한 일자리, 놓치고 싶지 않다

 

 

- 고용공단 점거 투쟁한 발달장애인들, 국회 앞으로

그날 다 부르지 못한 노래를 국회 앞에서 비를 맞으며 불렀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는 박경인 활동가는 피플퍼스트는 피플퍼스트만의 투쟁 방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 무서운 투쟁이 아니라 누구든 쉽고 즐겁게 투쟁하기 위해 권리의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그것은 온몸이 비에 젖으면서도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경쾌함이었다. 한국피플퍼스트 소속 활동가들은 지난 18,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아래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 철회를 요구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기습 점거했다.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를 규탄하기 위해 직접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촉구했다. 그러던 중 경찰이 들이닥쳤고, 동료지원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활동가 9명을 포함해 총 25명이 연행됐다.

 

실적을 잘내야만 유지하나요 / 잘못해도 서툴러도 유지해야 해

그러나 노동부는 / 이렇게 말하고 / 한마디씩 하죠 / 너네 자를거야

우리 그~래서 / 함께 모였지

정부가 내 일자리를 자꾸 뺏어가요

(한국피플퍼스트, ‘doc와 춤을개사한 동료지원가와 투쟁을중에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동료지원가 예산 23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내년에 이 사업이 없어지면, 현재 사업에 참여하는 장애인 187명은 모두 해고된다. 동료지원가 사업에 참여하는 장애인의 70%가 발달장애인이다. 한국피플퍼스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20일 오후 1, 국회 앞에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 폐지 규탄 전국 결의대회를 열었다. 연행됐던 발달장애인 활동가들은 무대에 올라 그날 부르지 못한 노래 두 곡(동료지원가와 투쟁을, 투쟁할래)을 끝까지 부르며 춤을 췄다. “이정식, 추경호, 윤석열, 오세훈, 너네 일자리부터 내놔라. 남의 일자리 뺏지 마피플퍼스트활동가들이 직접 만든 알록달록한 피켓이 흐린 날씨에 색채를 더했다. 노래가 끝나자, 결의대회 사회를 맡은 박경인 활동가가 힘이 나는 것 같다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 “소중한 동료지원가 일자리, 놓치고 싶지 않다

장애계의 투쟁 끝에 2019년 동료지원가 사업이 시작됐다. 취업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동료지원가는 올해 기준 월 89만 원(4대 보험 포함)을 받으며 60시간 일한다. 정부는 실적 저조로 불용 처리되는 예산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보건복지부 소관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료상담가 사업과 유사·중복된다며 내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업은 첫해부터 중증장애인이 달성하기 어려운 과도한 실적을 요구해서 문제 제기를 받아 왔다. 결국 사업 첫해인 201912월 전남 여수에서 동료지원가로 일하던 설요한 씨가 실적 압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제도는 조금씩 변화되어 왔으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하는 동료상담은 장애인 당사자들 간의 자조모임으로 중증장애인에게 취업 상담과 알선을 목표로 하는 동료지원가 사업과는 명백히 다르다. 장애인들 입장에서 보자면 정부가 밝힌 두 가지 이유 모두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이날 결의대회는 동료지원가 일을 하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피플퍼스트성북센터 동료지원가로 일하는 문진희 씨는 이틀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무섭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정식 장관 만나서 우리 일자리 되돌려 달라고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와서 뭐라 뭐라 하더니, 우리는 못 알아들었는데 저랑 동료들을 다 끌고 나갔습니다. 그전에는 구청 복지형 일자리에서 일했습니다. 1년 하고 그만둬야 했습니다. 계약이 1년만 되거든요. 그다음에는 카페 바리스타로 일했는데, 동료들과 갈등이 생겨 오래 못했습니다. 저는 피플퍼스트성북센터에서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동료지원가하면서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가서 교육을 했습니다. 처음 해본 일이었는데 PPT 보면서 발표하는 게 너무 재밌었습니다. 문서 쓰기는 한 번도 안 해봐서 아직 힘듭니다. 앞으로 많이 연습해서 동료들처럼 잘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계속 일해야 하는데 내년에 잘리게 생겼습니다.”

 

대구 장애인지역공동체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일하는 장아름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동료지원가로 4년 일했습니다. 내년에 동료지원가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으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동료지원가로 일하면서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려웠지만 참여자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료지원가로서 열심히 근무했다는 보람을 느끼고 일지도 미루지 않고 잘 쓰게 되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내가 참 잘하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실적 때문에 직장을 없앤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날 무대에 오른 발달장애인 활동가 모두가 힘차게 발언한 건 아니었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일하는 육지연 씨는 생애 첫 발언에 쑥쓰러워 하면서도 조력자들의 지원을 받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용기 내 사람들에게 전했다. 무대 위에서 부끄러움에 뒤돌아 서 있는 육 씨에게 조력자들과 사회자는 애써 앞을 보라고 하지 않았다. 육 씨가 속삭이듯 준비한 발언문을 읽어가자 조력자는 목소리를 조금만 크게 해줘요라고 정중하게 요청하며 같이 읽을까요?”라고 물었다. 육 씨와 조력자가 함께 발언문을 읽어 가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자립하려면 돈을 벌어야 해요.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요. 지금 동료지원가로 일하는 게 너무 좋아요. 계속 일하게 해주세요. 일을 못하면 자립도 못하고 사고 싶은 것도 살 수 없어요.”

 

김미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장은 월요일에 점거 소식을 듣고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장애인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장애인 예산을 전액 깎나라면서 이 사회는 장애인이 일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장애인 보고 일도 안 하고 세금만 받아먹는 사람이라고 한다. 일하고 싶은 우리를 전혀 도와주지 않는 이 국가가 문제 아닌가라고 규탄했다. 박경인 활동가는 이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동료지원가 덕분에 제가 다시 일어나고 힘낼 수 있었다면서 예전에 바리스타로 일할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동료지원가로 일할 때는 힘들어도 괜찮아라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동료지원가가 동료를 돌보는 소중한 일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1시간여의 결의대회를 마친 후, 이들은 장애인권리예산과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같은 장소에서 잇따라 열었다. 330분경부터는 버스행동과 지하철 행동으로 비폭력·불복종 직접 행동을 이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