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장콜 예산 271억 증액안 폐기… 전장연, “출근길 투쟁 재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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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콜 예산 271억 증액안 폐기… 전장연, “출근길 투쟁 재개할 것”
기자명 하민지 기자 입력 2023.12.22 17:19 댓글 0
고작 9억 7500만 원 증액
전장연 요구안의 340분의 1 수준
서울교통공사, 반말과 욕설로 오늘도 강제퇴거
56차 출근길 지하철 투쟁, 다음 달 2일 재개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예산 271억 원 증액이 결국 무산됐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2일 오전 8시, 서울시 종로구 4호선 혜화역(동대문역 방면)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2일에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재개할 거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특별교통수단 예산으로 3,350억 원을 요구해 왔다. 여기에는 운전원 2명의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차량 1대당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운전원을 최소 2명은 두자는 계산으로 요구한 예산이다. 이렇게 해서 차량 1대가 하루에 16시간은 운행돼야 장애인의 이동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월, 윤석열 정부는 국회에 단 470억 원을 제출했다. 전장연 요구안의 7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차량 1대당 운영비를 1,900만 원으로 계산하는데 이 정도로는 운전원 1명의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장연이 요구하는 ‘차량 1대당 운전원 2명 채용’은 불가능한 예산이다. 이 적은 예산이 국회에서 아주 소폭 증액 제출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차량 1대당 운영비를 3천만 원으로 계산해 271억 원 증액안을 제출한 것이다. 정부 예산안 470억 원에 국토위 예산 271억 원을 합쳐 총 741억 원이 내년도 특별교통수단 예산안이었다. 기획재정부가 국토위 증액안을 거절하기 전까진 말이다. 전장연은 최근 “이 271억 원만이라도 증액해 달라”며 혜화역 승강장에서 침묵선전전을 진행해 왔다. 서울교통공사와 혜화경찰서의 강경진압으로 12명이 불법체포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회와 기재부가 271억 원 증액을 약속한다면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은 멈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결국 장애인 이동권을 외면했다. 지난 21일, 특별교통수단 예산 증액분 271억 원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것이다. 전장연에 따르면 새로운 차량 30대 구입비 6억 9천만 원, 차량 운영비 2억 8500만 원 등 총 9억 7500만 원이 증액됐다. 전장연 요구안의 340분의 1 수준이다. 이로써 장애인은 내년에도 장콜 예약 전쟁을 면치 못하게 됐다.기자회견은 예정보다 늦게 시작됐다. 활동가들은 8시부터 8시 15분까지 침묵선전전을 하며 기자회견이 시작되길 조용히 기다렸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어차피 기자회견 못 해요. 퇴거하세요”라며, 기자회견이 시작되기도 전에 퇴거명령부터 했다. 8시 15분, 정다운 전장연 활동가의 사회로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앰프에서 정 활동가의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혜화역장이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곧이어 서울교통공사가 활동가들의 앰프를 탈취했다. 결국 기자회견은 생목소리로 진행해야 했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시민을 향해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목놓아 외쳤다. 하지만 혜화역장의 경고방송 때문에 이 대표의 생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서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의 퇴거명령이 떨어졌다. 보안관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카메라를 든 비장애인 활동가들부터 내쫓았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활동가들을 끌어내면서 욕설을 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김혜인 전장연 활동가에게 “나가시라고 아줌마. 미친년이”라며 비속어를 발설했다. 김 활동가가 항의했지만 해당 직원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김 활동가에게 욕설을 한 장면은 전장연 페이스북 생중계 영상 14분 40초경에 고스란히 담겼다. 기자회견에 연대방문한 비장애인 시민 노예주 씨는 서울교통공사 직원에게 반말을 들었다. 노 씨는 “사지가 들리고 옷이 벗겨지면서 끌려 나왔습니다. 나가라고 반말을 하고 이게 잘하는 짓이냐고 물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에 위험하게 탑승하게 됐는데 ‘받아주지 말고 떨어지게 내버려둬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라고 증언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5일부터 비장애인 위주로 먼저 퇴거시키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비장애인의 경우, 휠체어 이용자보다 강제퇴거시키기 용이하다. 무거운 휠체어를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직접 들어야 하는 수고도 줄어든다.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15분 만인 8시 30분경, 승강장에는 5명의 휠체어 이용 활동가만 남아 생목소리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혜화역장과 혜화경찰서 경비계장이 번갈아 방송하며 퇴거조치와 현행범 체포 등을 경고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발언을 이어가자,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최영도 센터장은 “어차피 마이크 소리 안 나와요. 앰프도 없어요. 불법 시위물이라 압수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하철에서 하차하던 시민이 욕설을 하기도 했다. 한 젊은 남성이 이형숙 대표를 향해 “닥쳐, 어갈 년아”라고 소리치더니 이내 승강장을 빠져 나갔다. 이 대표는 “네, 욕하십시오. 욕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어갈 년이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는 어가선 안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결국 야외에서 다시 진행해야 했다. 전장연은 9시 10분경 혜화역 2번 출구 앞, 영화 15도 날씨 속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 계획을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217억 원 예산은 결국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것만이라도 반영된다면 저희는 출근길 투쟁을 멈추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결국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는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내년 1월 2일 오전 8시에 ‘5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로 투쟁의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기재부가 장애인의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투쟁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시민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활동가는 “내년도 (특별교통수단) 예산 271억 원은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265만 명한테 1년에 1만 원 정도에 불과한 예산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도 법인세를 27조 원이나 깎아줬습니다. 그 돈의 1천분의 1만 장애인한테 써도 지하철 투쟁을 중단하겠다는데 그것조차도 외면하는 건 너무나 분노스러운 일”이라고 규탄했다. 노예주 씨는 “폭력으로는 결코 이 상황을 끝낼 수 없습니다. 비난과 폭력으로 투쟁을 멈출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영원히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 싸우는 이들은 차별 없는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투쟁을 멈추는 방법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무력으로 끌어내는 게 아니라 장애인권리예산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입니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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