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서울 이어 경기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대량 해고 우려… 단식 농성 돌입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큰우물장애인자립생활센터
- 조회
- 565회
- 작성일
- 24-01-30 09:09
본문
서울 이어 경기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대량 해고 우려… 단식 농성 돌입
기자명 강혜민 기자 입력 2024.01.29 19:12
‘2024년도 사업자 선정 리스트’ 돌면서 도청 점거에 단식 투쟁까지
지난해 사업 참여 기관, 뚜렷한 이유 없이 탈락?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탈락하고 ‘보호작업장 운영 기관’이 신규로?
경기도는 “논의 중이다”… 내일 최종 발표
서울에 이어 경기도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도 대량 해고될 위험에 처했다. 지난해 사업에 참여했던 기관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올해 사업에서 탈락했다는 ‘괴소문’이 위탁기관들 사이에 퍼진 것이다. 이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던 기관의 대표 등 9명이 경기도청 점거 4일 차인 29일 오전 11시, 경기도청 1층 로비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사업수행기관 발표날인 30일을 하루 앞두고서 극한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탈락하고 ‘보호작업장 운영 기관’이 신규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능력이 없다’고 평가받았던 최중증장애인을 우선 고용하는 일자리로 2020년 7월 서울시에서 시작됐다. 우선 고용 대상자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지역사회로 탈시설한 중증장애인이다. 이들은 권익옹호활동, 문화예술활동, 인식개선활동이라는 3대 직무를 통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홍보하며, 장애인 권리를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해왔다. 장애를 이유로 세상에서 배제되었던 장애인이 공공의 장소에서 그림, 춤,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을 권익옹호활동이자 문화예술활동, 장애인식개선활동으로 인정해 온 것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한 권고를 이행하는 것이기도 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서울시 다음으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시작한 지자체다. 경기도는 2021년 25명을 시작으로 2022년엔 200명, 2023년엔 500명을 고용하며 인원을 확대해 왔다. 올해는 700명을 고용할 예정이었으나 의회에서 예산이 일부 삭감되어 665명을 고용하게 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까지 1천 명을 고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서울시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폐지하고 노동자 400명을 집단 해고한 것과 비교되는 행보다. 그런데 지난주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들 사이에 ‘2024년 사업기관 선정 리스트’가 돌았다고 한다. 비마이너가 확인한 리스트에 의하면 올해 총 34곳이 선정됐다. 이 중 신규가 11곳이다. 문제는 작년에 사업을 수행했던 기관들이 떨어지면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가 예고된 것이다.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아래 전권협) 경기지부 소속 기관 노동자만 50명에 달한다. 문제는 또 있다. 보호작업장을 운영하는 기관이 신규로 선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전권협 경기지부는 “‘권리생산 캠페인 노동’이라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보호작업장은 일반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직업적응훈련 등을 하는 직업재활시설이다. 그러나 현실은 대다수의 장애인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반고용으로 전환되지도 않은 채 사실상 주간보호시설처럼 운영되고 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기존의 재활중심 노동패러다임에 저항하면서 개발된 일자리임을 고려했을 때, 보호작업장 운영 기관이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의미를 훼손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권협 경기지부는 지난 26일에 이어 29일 오전 10시에도 경기도청과 면담을 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고 한다. 결국 전권협 경기지부는 29일 오전 11시, △지속가능한 일자리 보장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권리생산 캠페인 노동 정체성 보장 △경기도권리중심공공일자리지원조례 올해 내 제정이라는 세 가지 요구안을 걸고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전권협 경기지부는 사업 초기부터 고용안정을 위해 ‘위탁기간 3년’을 보장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 요구는 사업수행 4년 차인 현재까지도 수용되지 않고 있다. 1년마다 공모를 통해 위탁기관을 선정하다 보니 매년 공모에서 떨어질 것을 걱정해야 한다. 다행히 매해 고용인원이 크게 늘면서 기존 사업수행기관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으나, 올해 우려했던 일이 드디어 발생했다. 반면, 전남‧강원 등에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위해 올해부터 위탁기간을 3년으로 하고 있다. 사업 기간도 문제다. 사업 기간이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에 불과해 노동자 입장에선 고용 공백이 발생하며,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더불어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의미를 반영한 사업 평가지표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전권협 경기지부는 올해 상반기에 평가지표를 개발하여 내년부터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경기도권리중심공공일자리지원조례를 올해 내에 제정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해 올해 목표한 700명을 고용하라고 촉구 중이다.
- “장애인에게 골고루 혜택? 경기도 공무원도 돌아가면서 해라”
전권협 경기지부에 따르면, 경기도는 ‘더 많은 장애인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 기존 사업수행기관을 탈락시켰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영봉 전권협 경기지부장은 “여러 장애인에게 혜택 주기 위해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니, 이게 무슨 여행 프로그램이냐. 그러면 요즘 청년들 취업하기 힘든데 경기도 공무원도 2년씩 돌아 가면서 해라”면서 “이것은 엄연한 노동이다. 경기도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장애인들 불쌍해서 주는 혜택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노했다. 사업 탈락이 예고된 기관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김동예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만약 수지센터가 사업에 선정되지 않으면 이 사실을 노동자분들께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모르겠다. 경기도는 왜 저를 악덕 고용주로 만드나”면서 “이게 장애인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인가. 나쁜 짓은 자기네가 해놓고 왜 우리 장애인들이 뒷수습을 해야 하나. 장애인도 노동권을 보장받으며 일할 권리가 있는 경기도 시민이다”라고 외쳤다. 정명호 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일해서 번 돈을 수급비에서 삭감해 가는 정부를 규탄하면서 이 일자리마저 빼앗아 가려는 경기도의 행태를 질타했다. 정 소장은 “한 달 꼬박 일하면 90만 원 정도 받는데 기초생활수급자는 수입이 발생했다고 수급비에서 차감 당한다. 실소득 증가는 20~30만 원밖에 안 된다”면서 “중증장애인 일하라고 해놓고 그 뒤로 날강도처럼 수급비를 빼가는 게 이 정부의 행태다. 그런데 이제 이마저 못 받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정말 괴소문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자 대량 해고뿐만 아니라 사업수행기관이 감당해야 할 금전적 부담도 상당하다. 기관 입장에선 사업 수행을 위해 사무실을 임대하고, 에어컨, 정수기 등을 설치한 비용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다. 지난해 사업을 시작한 경기장애인부모연대(아래 경기부모연대) 오산지부가 그러한 상황이다. 사무실 임대 기간은 2년인데 올해 사업 선정에서 떨어지면 1년 만에 이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한다. 유경애 경기부모연대 오산지회장은 부담감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유 오산지회장은 “지난주 금요일 농성장에 있다가 밤에 집에 들어가 자려는데 온몸에 마비가 와서 잠을 못 잤다. 너무 힘들다”면서 “장애인 노동자 스무 명과 전담 인력들이 해고될 수 있다는 부담감, 사무실 마련을 위해 천만 원 넘게 들인 돈을 제가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노동자분들께 ‘저 2월 1일부터 출근하는 거 맞죠?’라고 문자가 오는데 답을 못하고 있다”며 막막한 심경을 토로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정중권 씨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제 손으로 돈을 벌고 있다. 월급받아서 행복했다. 춤추고 노래하며 많은 사람에게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해 알렸다”면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할 수 없던 제가 일하면서 살 수 있도록 했다.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의왕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했던 김은주 씨는 “퇴직금도 받지 못하는 기간제지만 그래도 일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앞으로 일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 김동연 도지사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해달라”고 외쳤다.
- 장애계는 무기한 단식 선포… 경기도는 “논의 중이다”
- 이전글[에이블뉴스] 소속의 초기화, '다시 0부터'를 반복하다 24.01.30
- 다음글[에이블뉴스] 부산 오태원 북구청장 ‘발달장애인 부모 비하’ 장애계 비판 거세 2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