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법원 “65세 넘은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중단, 위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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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02-1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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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65세 넘은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중단, 위법하다”
기자명 강혜민 기자 입력 2024.02.13 19: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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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만 65세 넘은 발달장애인에게 주간활동서비스 중단 통보
주간활동서비스 중단으로 자립생활 흔들린 발달장애인
“지침은 행정규칙일 뿐, 근거 법률 없다” 행정소송 제기
발달장애인 손 들어준 법원 “평등원칙에 위배” 판결
지난 8일, 광주지방법원이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사업 지침’에 근거해 만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주간활동서비스를 중단한 광주광역시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선고했다. 현재 지침에는 주간활동서비스 신청자격에 대한 나이를 제한하고 있으나 정작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발달장애인법) 그 어디에도 나이 제한 규정은 없다. 그런데 지자체가 행정규칙만을 근거로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서비스 이용 자격을 박탈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전국 첫 사례로 노령기에 접어든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간활동서비스는 발달장애인법에 근거해 정부와 지자체가 발달장애인이 의미 있는 낮 시간을 보내면서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서비스다.
- “지침은 행정규칙일 뿐, 근거 법률 없다” 행정소송 제기
원고 이아무개 씨는 1958년 4월생의 중증 지적장애인이다. 2021년 광주광역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의해 장애인 학대 피해자로 발견된 후, 이 씨는 기관의 지원을 받아 지역사회에서 자립해서 살아가고 있었다. 2022년 3월부터는 발달장애인법에 따라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그러나 이 씨는 2023년 5월 9일, 광주시 광산구청으로부터 ‘만 65세가 되어 4월 30일로 주간활동서비스 지원이 중단된다’는 결정통지서를 받았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사업 지침’에 따르면, 주간활동서비스는 만 18세 이상~만 65세 미만의 발달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간활동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이 씨는 자립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시간이 65세 이전에는 월 314시간이었는데 65세 이후에는 월 152.5시간으로 절반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65세 이전에는 주간활동서비스를 주중에는 132시간, 주말에는 광주시 자체 지원으로 32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150시간 받아 왔다. 그러나 2023년 4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장기요양급여 대상자가 되면서 65세 이후에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 62.5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보전으로 90시간만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이 씨는 지난해 5월 30일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의 지원을 받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광주시가 주간활동서비스를 중단한 보건복지부의 ‘2023년 발달장애인 활동서비스 사업안내’는 행정규칙에 불과할 뿐, 근거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광주시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사업 지침에는 신청자격의 나이를 제한하고 있으나, 정작 발달장애인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어디에도 나이를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광주지법 “지침은 행정규칙에 불과…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위법하다”
지난 8일,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판사 박상현, 사건번호 2023구합12583)는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65세에 도달한 발달장애인을 일률적으로 주간활동서비스 신청자격에서 제외하는 것은 65세 미만 발달장애인과의 불합리한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신청자격(을 명시한) 지침은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이 없는 행정규칙에 불과하여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고, 헌법 및 행정기본법상의 평등원칙에 반하여 당연무효이므로, 지침을 근거로 주간활동서비스를 제한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설령 지침을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으로 보더라도 “현 신청자격(을 명시한) 지침은 주간활동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범위나 내용을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축소하거나 박탈하고 있으므로 위임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방식의 제도 설계는 발달장애인법의 제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주간활동서비스 신청 자격을 나이로만 제한할 게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처한 여건과 발달장애인의 참여 의사 등에 따라 노인요양급여 대신 주간활동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선택 가능성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후견인 등의 도움을 받으면 자립생활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고, 주간활동서비스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높은 수준의 사회참여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65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주간활동서비스를 지급받을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자립 및 사회참여 의사를 가진 원고에게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고 낮 시간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발달장애인법의 입법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한편, 광주시는 “65세 이상의 모든 발달장애인에게 주간활동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에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초래한다”며 이번 처분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광주시 예산 규모 대비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사업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보기 어려우며, 60세 이상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자 수도 매우 적다”면서 “국가와 지자체 재정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광주시의 2023년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예산은 약 82억 원(국비 51억 원, 시비 31억 원)이며, 광주시가 자체 예산을 써서 지원하는 주말 주간활동서비스 예산은 9억 원이다. 반면, 광주시가 2022년에 사회복지 분야에 지출한 예산은 2조 8,005억 원이다. 2023년 6월 30일 기준 광주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발달장애인 중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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